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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1(주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3월 01일 10시 14분 26초 344

나는 죄인입니다

누가복음5:8
시몬 베드로가 보고,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서 말하였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춘삼 월, 말 그대로 봄입니다. 봄, 볼 것이 많다는 얘기일까요? 봄이 되면 여기저기 꽃이 핍니다. 보기 참 좋지요. 봄꽃은 하루가 다릅니다. 어느 틈에 화들짝 피었다가 어느새 져버립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봄꽃을 맘껏 누렸으면 좋겠는데, 미세먼지가 선뜻 허락해주지 않으니, 너무 아쉽습니다.

올 봄에는 공기도 봄꽃도 맑았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연은 참 신비롭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순리를 따라 물 흐르듯 흘러가지요. 그렇게 순리를 따라가는 자연이야 말로 진정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 아닐까요?

뿌연 하늘이 인간의 교만한 탐욕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자연의 순리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따르는 것, 거스르지 않는 것, 그것이 신앙 아닐까요?

신앙이란 무엇일까요? 신앙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신앙의 처음이요 마지막입니다.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밤새도록 허탕인 고기잡이를 접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예수님이 그에게 호수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 하셨지요. 그 말씀을 따라 그물을 던졌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물이 찢어질 만큼, 아니, 배가 가라앉을 만큼 많은 고기가 잡힌 것입니다.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그러나 그 순간, 시몬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내 손, 내 계획,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라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나 문득 나를 넘어서는 어떤 강력한 힘을 느낄 때, 나도 모를 강력한 손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시몬은 지금 주님 앞에 서 있는 것 입니다.

그때 근원적인 두려움과 함께 시몬은 또한 자기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곧 나를 깨닫는 것이지요. 하나님을 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제 주제도 모르는 사람은 진짜 하나님을 만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인지 뼈아프게 깨닫는 것입니다. 죄인이란 무엇입니까? ‘죄’라는 그리스말 ‘하마르티아’는 ‘빚’을 뜻합니다. 죄인이란 빚진 사람입니다.

인간은 처음부터 ‘빚진 존재’아닙니까? 인간은 한순간도 빚지지 않고 살 수 없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은혜, 부모의 은덕, 이웃의 사랑, 그리고 자연의 희생에 빚진 존재입니다. 십자가는 말할 수 없는 은혜이며 갚을 수 없는 빚입니다.

인간은 생명의 빚을 진 존재입니다. 생명의 빚을 갚아야 할 존재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이웃과 자연 앞에서, 두렵고 조심스럽게 살아야 할 존재입니다. 우리가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우리는 결코 교만할 수 없으며, 자연과 생명을 탐욕으로 강탈하지 않겠다는 회개와 전환의 다짐이 아닐까요?

그나저나 오늘은 그물을 어디에 던져야 할까요?




[기 도]
우리를 부르셔서 소명을 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우리가 주님이 주신 소명을 다한 겸허한 마음으로 받들게 하시고, 오롯이 믿음과 성실로써 따라가게 하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