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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2(월요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3월 02일 10시 16분 36초 367

깨끗하게 되어라

누가복음5:13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서, 그에게 대시고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하고 말씀하시니, 곧 나병이 그에게서 떠나갔다.


아프리카의 밀림, 끝없는 초원(세렝게티)에 ‘유츠프라카치아’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유츠프라카치아, 참 생소한 이름이지요? 미모사의 일종인 이 희귀식물은 그 성격이 매우 독특하답니다. 굉장히 까칠하고, 심한 결벽증까지 있습니다. 낯가림이 여간 아니지요. 그래서 이 식물은 사람이 만질 수 없었습니다. 그 꽃을 보고 예쁘다며 한 번 만지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립니다. 본래 미모사가 손을 대면 움츠러들지요? 가뜩이나 희귀한 식물인데 멸종되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유츠프라카치아는 접근 금지 식물이 되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됩니다.

그런데 학자들이 더 살펴보고 연구한 결과, 정말 놀라운 반전이 드러났습니다. 이 식물을 한 번 만지면 움츠리며 거부하는 듯하지만, 계속 만져주고 돌보아 주면, 오히려 좋아하고 잘 자란다는 것입니다. 유츠프라카치아는 낯가림이 심한 결벽증 식물이 아니라 반대로 애정결핍(?) 식물이었습니다. 관심과 손길을 기다리는 식물이지요.

나병 환자가 있었습니다. 일종의 악성 피부병을 앓는 사람이지요. 염증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과 발도 변형하는 병입니다. 그런데 나병을 앓는 사람들이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과응보 사상을 따라 질병은 죄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나병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된다고 생각해서 격리했습니다.

가족들에게서 떨어져 지내야 하고, 동네에서 멀리 나가야 했습니다. 나병 환자가 사람에게 다가오면 돌을 던져서 쫓아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돌 날아올 수 있는 거리 이상을 유지해야 했지요.

나병 환자는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격리된 사람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만지면 안 되는 사람, 안아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천형의 죄인입니다. ‘접근 금지 죄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그를 만나셨습니다. 갈릴리 호수에서 제자를 부르시고 나서,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이 바로 나병환자였습니다. 그것도 온 몸에 나병이 든 심한 병자였습니다. 그가 찾아와 예수님 앞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간청했습니다. “주님, 하고자 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해주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정한 사람을 만진 사람도 부정해진다는데, 그냥 말 동냥이나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부정한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이제 막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일하려 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더구나 바리새지파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손을 내미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만지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지요.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그에게서 떠나갔습니다.

그렇군요. 예수님에게 나병환자는 멀리 격리해야 할 죄인이 아니었네요. 만지면 더러워지는 부정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병환자는 깨끗해지고 싶은 사람입니다. 마음 따뜻한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아, 내 손도 좀 따뜻하게 해야 하겠네요. 그보다 먼저 마음을 따뜻하게 해야겠지요?


기 도

우리의 아픈 상처를, 가까이 오셔서 거룩한 손으로 만져주시고,
깨끗하게 하신 주님을 찬미합니다.
우리에게도 다른 생명을 따뜻하게 만져 줄 손을 허락하여 주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