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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11(수요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3월 12일 09시 24분 58초 346

최고의 밥상


누가복음9:16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쳐다보시고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에,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고, 무리 앞에 놓게 하셨다.



예산에 추사 김정희 고택이 있습니다. 화사한 봄꽃에 둘러싸인 추사의 고택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 고택에는 추사가 71세에 썼다는 글씨가 있습니다. 말년에 화려한 기교도 빼고, 군살도 다 뺀, 다소 거칠게 쓴 담박한 글씨입니다. 그 글씨는 “大烹豆腐瓜薑菜(태팽두부과강채, 최고의 요리는 두부, 오이, 생강, 푸성귀다)”입니다. 사람이 무얼 먹고 사느냐는 것은 참 중요하지요.

그런데 가장 맛난 음식은 두부와 푸성귀로 차린 소박한 밥상이다. 그 말입니다. 추사가 평생 살면서 얼마나 맛난 요리를 많이 먹어보았겠습니까. 청나라 대가들과 만나면서 숱한 연회에 참석하고, 관직에 올라 전국을 다니면서 못 먹어 본 것이 없었겠지요?

그런데 그는 참으로 소박한 음식을 최고의 요리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다산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추사는, 탐관오리들의 기름진 산해진미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을 것입니다. 추사의 소박한 밥상은 탐관오리의 밥상을 거부하고 가난한 백성의 밥상에 다가가려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추사의 글을 거울삼아 생각해 보면, 최고의 맛, 최고의 삶이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밥상에도 두부가 있고, 오이, 생강도 있고, 김치도 있습니다. 가끔은 삼겹살도 있지요? 문제는 우리에게 있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느냐 하찮게 여기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밥상을 최고로 귀하게 마음껏 누리며 사느냐 그러지 못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신앙이란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해 주신 소박한 밥상을, 일용할 양식을 최고의 밥상으로 감사하며 누리는 것이 아닐까요?

빈들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날이 저무는데, 오천 명도 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먹이겠습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줄 빵을 살 돈도 없고, 혹 돈이 있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그 많은 빵을 사겠습니까? 방법은 한 가지 뿐입니다. 흩어져서 시쳇말로 각자도생하게 하는 수밖에요. 그런데 무리를 헤쳐 보내자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제자들에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뿐입니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이것을 그 많은 사람에게 줄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없지요. 줄 수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것을 주십니다. 그 작은 것을 사람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모두 떼를 지어 쉰 명씩 않게 하셨지요. 그리고 빵을 받들어서, 하늘을 우러르며 축복하시고, 빵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고, 무리 앞에 놓게 하십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이것으로 밥상을 차리십니다. 너무도 소박한 밥상 아닙니까? 아니 소박하다고 말하기도 참 민망한 밥상이지요. 함께 나누기에는, 맛나게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밥상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작은 밥상에서 같이 먹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배부르게’먹었습니다. 그렇게 먹고 남은 것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밥상은 누구는 배터지고 누구는 배고픈 그런 밥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빈들에서 최고의 밥상을 맛보았습니다.

참, 추사의 고택 기둥에는 쌍을 이루는 또 하나의 글씨가 있습니다. “高會夫妻兒女孫(고회부처아여손, 최고의 모임은 남편, 아내, 아들딸, 손자손녀)”라는 글씨지요. 소박한 밥상을 최고의 밥상으로 만드는 것은, 밥상에 둘러앉은 사랑하는 사람들이네요.



기 도

주님, 우리에게도 작고 소박한 밥상이 있으니 감사합니다.
함께 밥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있으니, 주님을 찬미합니다.
무엇보다 주님의 은총이 있으니, 감사 찬미 합니다.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