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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15(주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3월 15일 12시 28분 43초 345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누가복음10:33-34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가다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가까이 가서, 그 상처에 올리브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에,
자기 짐승에 태워서,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어느 집에 놀러 갔더니, 떡을 열 개 그릇에 담아서 내주었습니다. 그중에 내가 세 개를 먹었습니다. 그러면 몇 개가 남았을까요? 열 개에서 세 개를 빼니, 일곱 개가 남았다고요? 맞습니다. 그러나 틀렸습니다. 얼마나 남았는가는 그 입장에 따라 다릅니다. 집주인 측에서 보면 일곱 개가 남은 게 맞지요. 그러나 손님인 내 쪽에서 보면, 세 개가 남았습니다. 왜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게 남은 것은 일곱이 아니라 셋입니다.


이렇게 같은 사건도 그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성서의 이야기도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자리에서 읽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이야기도, 정작 그 사정을 잘 모르고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선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 비유를 어떻게 이해하나요? 강도 만나 죽게 된 사람에게 다가가 자선을 베푼, 참 착한 사람 얘기 아닌가요? 그렇기도 합니다. 제사장도 레위인도 다 지나쳤지만, 사마리아 사람이 그렇게 했지요, 선행상이라도 주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정작 예수님이 이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하셨을 때는, 그 선행에 대한 감동이 중심에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행을 베푼 사람이 하필이면 어째서 ‘사마리아 사람’이냐는 반감이 훨씬 더 컸습니다. 비유는 감동이 아니라 충격이었고, 아멘이 아니라 걸림돌이었습니다. 이 비유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참 불편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는 율법 교사의 귀로 들어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이 비유를 그에게 들려주셨지요. 사신은 율법 교사가 먼저 슬쩍 시비를 걸었습니다. ‘율법 교사’가 마치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듯 예수님에게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지요. 율법 교사는 정통 순수 모범 유대인입니다. 이 율법 교사에게 사마리아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요?

율법 교사에게 사마리아 사람은 하나님의 순결한 백성을 더럽힌 족속, 이방의 개들과 교접한 잡종, 그 땅조차도 밟아서는 안 되는 추악한 족속입니다. 무엇보다 거룩한 성전을 훼방한 신성보독자요, 철천지원수입니다. 그들을 가까이해서는 안 됩니다. 까딱 잘못하면 물듭니다.

그런데 그 철천지원수가, 하필이면 제사장도 아니고 레위사람도 아니고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을 돌본다는 말입니까? 비유를 써도, 무슨 이런 비유를 할까요? 이건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닌가요? 하물며 그를 어떻게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안 되지요. 그런 사람들을 이웃이라 부르라고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장 보안법의 철퇴로 내리쳐야합니다. 사마리아 사람이 이웃이라니요? 어림없는 일입니다.

어떻습니까? 이제 이 비유가 얼마나 예민하고 불온한지 실감할 수 있나요? 예수님은 지금 그 사마리아 사람을 잃어버린 형제로 내세우십니다. 철천지원수를 이웃이라고 부르게 하십니다. 이웃은 이념이나 혈통이나 계보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함께 아파하는 마음, 측은지심으로 다가가 솜을 내밀어야 합니다. 긍휼함을 모르는 신앙은 긍휼하신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아닙니다.

그런데 누가는 왜 하필 사마리아 사람을 유난히 주목할까요? 누가는 땅 끝까지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성령의 역사를 보고 있지요. 그러자면 먼저 사마리아를 넘어야 합니다. 사마리아를 넘지 않고서, 땅 끝까지 나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우리의 이웃은 누구입니까? 아니, 우리는 누구의 이웃일까요?



기 도

우리의 상처를 싸매주시고, 위로해주시는 주님에게 감사 찬미합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의 상처를 싸매주게 하소서.
우리가 배타적이고 편협한 사람이 되지 않게 도우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