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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21(토요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3월 21일 10시 48분 10초 344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누가복음13:8-9

그러자 포도원 지기가 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올해만 그냥 두십시오. 그 동안에 내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음 철에 열매를 맺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에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찍어버리십시오.’



나무를 심고 열매를 기다리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수원을 지나가면서 주렁주렁 달린 과일을 보면 그게 저절로 되는 것 같은데, 정작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는 쩔쩔맵니다. 벌레를 잡으랴 잡초를 쳐주랴 정신없지요. 원래 게으른데다가 조금만 방심하면, 나무가 어디 숨었는지 찾기도 어려워집니다.

급기야 풀을 베다가 기껏 심은 나무를 날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쉿, 이거 썰렁하게 밑동만 남은 나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해서야 열매를 볼 수나 있을까요?

예수님도 나무 심은 사람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는 잘 자라서 제법 커졌습니다. 주인은 잔뜩 기대하면서 열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는 열매를 하나도 맺지 못했습니다. 좀, 아니 크게 아쉽지만, 주인은 그래도 처음이니까, 다음에는 열매를 맺겠거니 하며 돌아갔습니다.

그 이듬해 주인은 다시 나무를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무화과나무는 여전히 아무런 열매도 맺지 않았습니다. 적잖이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주인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세 번째로 그 무화과나무를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불행하게도 무화과나무는 단 하나의 열매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거 무화과나무가 아니라 무과나무 아닌가요? 이제 이 나무를 어찌해야 할까요?

이런 나무는 베어 버려야지요. 열매도 맺지 못하고 땅만 차지하는 나무를 무엇에 쓰겠습니까? 그런데 이 무화과나무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포도원 지기가 주인에게 간청했지요. 그 마지막 기회까지 다 허비한 무화과나무에, 그래도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자고 간곡하게 청했습니다.

나무의 둘레를 파서 거름도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무화과나무는 마지막시간, 비상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무화과나무에 주어진 시간은 마지막 유예기간입니다. 단 한 번의 기회니까, 두려운 시간이지요. 그렇지만 동시에 기회의 시간이요, 은총의 시간입니다. 무엇보다 무화과나무에는, 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애쓰고 중재하는 포도원지가가 있습니다.

이 포도원에서 무화과나무가 열매를 맺느냐 못 맺느냐 하는 결정적인 열쇠를 쥔 이는 바로 포도원 기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동안, 포도원 지기는 무화과나무가 열매를 맺도록 땅을 깊이파고, 거름을 듬뿍 주고, 물도 주고, 벌레도 잡고, 온갖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포도원 지기가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 포도원 지기는 누구인가요? 무화과나무가 ‘우리’라면 포도원 지기는 예수님 아니신가요? 그렇다면 새로 주어진 시간은 예수님의 은총으로 열린 시간입니다. 그리고 포도원지기가 땅을 파고 거름을 주고, 엉겅퀴와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무화과나무가 열매 맺도록 애쓰듯이, 주님은 이 은총의 시간에 우리가 열매 맺도록 치열하게 일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열매 맺기를 그토록 바라시는 분, 그리고 열매 맺도록 온 힘을 다 기울여 일하시는 분, 그리고 마침내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고야 마실 분이 있습니다. 든든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다문 은총의 시간입니다.
아, 땅을 파고 거름부터 줘야 하는군요. 이제라도 밭에 가봐야겠습니다.


기 도

주님! 우리를 구속하신 주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 찬미합니다. 이제 우리도 기도의 땅을 깊이 파고, 말씀의 거름을 듬뿍 주어서, 향기로운 열매를 맺게 하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