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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22(주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3월 21일 10시 52분 37초 352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누가복음14:10

네가 초대를 받거든, 가서 맨 끝자리에 앉아라. 그리하면 너를 칭한 사람이 와서, 너더러 ‘친구여, 윗자리로 올라앉으시오’하고 말할 것이다. 그 때에 너는 너와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을 받을 것이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이 잔치자리에서 윗자리를 골라 앉는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뭣도 모르고 윗자리에 앉았다가 망신당하지 말고 아랫자리에 앉으라는 말입니다.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어딘지 좀 찜찜합니다. 예수님이 잔치 자리에서 망신당하지 말고, 은근히 뽐낼 수 있는 비법 한 수를 가르쳐 주신 것일까요? 그런데 이거 사람을 차별하는 잔치네요?

헬레니즘 신봉자 헤롯은 잔치를 많이 열었습니다. 격에 맞춰 연회라고 해야 그가 좋아하겠지요? 로마의 귀족처럼 살고 싶은 그는, 연회복을 차려입고 진귀한 음식과 수입 포도주를 후루룩 쩝쩝거리면서, 골라 뽑은 무희들이 춤추는 연회에 환장했습니다. 그런데 연회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우선 연회복을 입어야 하는데, 어느 대제사장의 연미복음 2만 데나리온이었답니다. 50년 치 품값입니다. 음식비도 만만치 않아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개발했습니다. 손님을 차별해서, 품격 높은 손님을 윗자리에, 부조금 봉투 품격이 얇은 사람을 아래에 앉히는 겁니다.

당연히 윗자리는 비싼 음식이고 아래는 싸구려입니다. 이거 잘하면 남는 장사입니다. 참 똑똑하지요? 이게 헤롯의 연회입니다. 돈깨나 있다는 사람들도 그런 연회를 흉내 냈습니다. 이런 잔치에 갔다가 맨 위에 있는 자리, 위장이 구겨지지 않도록 한쪽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먹는 자리에 덥석 앉았다가는 경을 치게 되지요. 그때는 아랫자리로 가는 정도가 아니라, 연회장 밑에 있는 지하 감옥으로 끌려갈지도 모릅니다.

이런 장치풍조가 배경이었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돈도 없으면서 윗자리에 앉았다가, 포도주도 못 마시고 얼굴만 벌겋게 단 거군요. 그런데 아랫자리에 앉더라도, 돈이 많거나 뭔가 있어야 위로 올라앉으라 하지 않을까요? 참 여전히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이 그저 겸손한 예의범절을 가르치신 것일까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야 백번 강조해도 모자라겠지만, 세리와 죄인의 친구이신 예수님이 이런 처세술을 말씀하시려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한국사람 말은 다 들어봐야 한다지요? 예수님 말씀도 다 들어봐야 합니다.

드디어 예수님은 당신을 ‘초대한 사람’에게 할 말을 하십니다. 예수님이 진짜 하시려는 말씀이 바로 이겁니다. “네가 점심이나 만찬을 베풀 때, 네 친구나 네 형제나 네 친척이나 네 부유한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말라(12절).”

이거, 하기 어려운 말이지요. 더구나 자신을 초대한 사람에게 이런 말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내게 이익이 되는 사람들을, 부유한 사람들을 부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 헤롯의 구역질나는 잔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을 불러야 할까요?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잔치를 베풀 때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다리를 저는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을 불러라(3절).” 무슨 말입니까? 잔치란, 진짜 잔치란 나를 시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거라는 말씀입니다. 잔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내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그 말이지요. 무엇보다 이 잔치는, 사람이 봉투로 갚아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늘의 복으로 채워 주신 다네요.

아, 그렇군요. 잔치란 모름지기 모두 함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서남북 할 것 없이, 상하좌우 할 것 없이, 동네 강아지들까지 신명나게 즐기는 것이군요.

새로운 잔치입니다. 아니지요. 아주 오래된 잔치이며, 오랜 후에 하나님 나라에서 오롯이 한판 벌어질 진짜 잔치입니다.



기 도

우리를 하나님 나라 잔치에 불러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잔치에 잘난 사람들만 부르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이 함께 기뻐하는 잔치를 만들어가게 하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