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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25(수요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3월 26일 09시 22분 39초 344

등불을 켜고 온 집안을 쓸며


누가복음15:8

어떤 여자에게 드라크마 열 닢이 있는데, 그가 그 가운데서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온 집안을 쓸며, 그것을 찾을 때까지 샅샅이 뒤지지 않겠느냐?



‘천원만’ 시인이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이지요. 옥고를 치르고 방황하던 때, 사람을 만나면 천 원만 달라 했답니다. 어떻게 천 원짜리 한 장만 주겠습니까? 잡히는 대로 주면, 천 원만 가지고 나머지는 돌려주었습니다. 그 천원으로 대폿집에 가서 술 한 잔을 마셨다지요. 그렇게 참담한 고통을 당하고도, 인생을 한 바탕 즐거운 소풍이라고 노래했던 시인, 천 원 한 장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거워했던, 진달래 꽃잎처럼 발간 마음이 참 그립습니다.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크마는 그리스 화폐 단위인데, 데나리온과 같지요. 열 드라크마는 열흘 치 품삯입니다. 적적하게 우리 돈으로 백만 원 남짓 되겠네요. 이거 많은 돈일까요, 적은 돈일까요? 누구한테는 많고, 누구한테는 껌 값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백화점에 백 만 원 짜리 수표 뭉치를 들고 장난감 사러 오는 꼬마에게 그게 많은 돈은 아니지요? 이 여자가 그중에 한 드라크마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여자는 등불을 켭니다. 아마 어두운 밤이었는지, 빛이 잘 안 드는 옹색한 방에 사는 것인지, 하여간 등불을 켰습니다. 나중에 찾겠다며 미룰 여유가 없다는 얘기지요. 그렇게 불을 켜고서 온 집을 쓸어댑니다. 구석구석 빗자루로 쓸며 찾을 때까지 샅샅이 뒤집니다. 그래서 기어이 찾아내고야 맙니다.

이 여자 왠지 오디서 많이 본 여자가 같지 않나요? 그런데 그렇게 찾고 나서는, 벗과 이웃 사람을 불러 모읍니다. 드라크마를 찾았으니, 같이 기뻐하자는 것입니다. 좀 일이 커지지요? 사람들을 불러 모으면, 하다못해 떡이라도 내야 할 텐데, 겨우 한 드라크마를 찾았는데, 이거 계산이 제대로 된 것일까요?

이 여자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이 여자가 그렇게 과하게 찾고, 또 그것을 찾고서 넘치게 기뻐하는, 그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고, 학자들인 열심히 탐구했지요. 그 결과, 이 열 드라크마는 단지 열 드라크마의 화폐적 가치만 가진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열 개의 은전이 하나의 온전한 세트인데, 그중에 하나가 빠지면, 세트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는 것이지요. 그럴 법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요?

적어도 누가복음의 전체 맥락에서 보면, 이 여자가 그런 이유로 한 드라크마를 그렇게 애써 찾은 것은 아닙니다. 세트가 있다면, 열 드라크마가 아니라 15장에 나오는 세 개의 비유가 점층적으로 연결된 세트입니다.

첫 비유는 잃어버린 양 비유였지요? 그 한 마리 양을 ‘찾기까지’찾은 목자는,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게 아니었지요? 그 양을 사랑하는 목자의 애타는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 드라크마의 비유는 우리를 이 여자의 눈으로, 이 여자의 마음으로 초대합니다. 적어도 남들보다는 여자들이 이 여자를 잘 이해 할 것입니다.

천원만 시인은 이 여자의 마음을 단박에 대뜸 알겠지요? 수조 원의 재산가인 헤롯의 마음으로는 천 년에 천 년이 흘러도 이 여자를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도 아버지의 눈으로 보지 않고는 보아도 볼 수 없습니다. 목자도, 이 여자도, 그리고 아버지도, 결코 합리적 계산으로는 풀어 낼 수 없습니다. 작고 못난 것이어도, 잃어버린 것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 그 섬세하고 긍휼한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기 도

우리를 찾기까지 찾으시는 주님! 잃어버린 사람 한 명을 찾으시고 기뻐하시는 주님에게 감사 찬미합니다. 우리도 주님처럼 길 잃고 헤매는 사람들을 찾아가게 하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