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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27(금요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3월 27일 09시 53분 53초 346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누가복음16:9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그래서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를 영원한 처소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기름 백 말을 빚진 사람이 있습니다. 한 말이 약 40리터니까 4,000리터, 천 데나리온 이상 가는 큰 빚입니다. 평생 이자 갚기도 어렵겠지요. 그에게 청지기가 찾아왔습니다. 저승사자를 본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안았겠지요? 어떡합니까. 손이 닳도록 빌고 또 빌어야지요. 그런데 청지기가 빚 문서를 내밀더니 쉰 말이라고 적으랍니다. 이거 꿈 아닌가요?

또 밀 백 섬을 빚진 사람이 있습니다. 한 섬이 35Kg 정도 이니, 3,500Kg, 값으로는 2,500데나리온이나 되지요. 그에게도 청지기가 왔습니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쩔쩔매는 그에게 여든 섬이라고 적으랍니다. 이거 꿈 맞지요? 이 빚진 사람들 간밤에 무슨 꿈을 꾼 걸까요? 어쨌거나 이 사람들, 그래도 숨통이 좀 트이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청지기는 왜 그런 일을 했을까요? 돈을 낭비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주인이 해고하려 했지요. 그래서 해고당하기 전에 잽싸게 제 살길을 찾으려고 한 것입니다. 채무자들에 대한 동정도 무슨 의로운 투쟁도 아닙니다. 그는 말 그대로 ‘불의한 청지기’입니다.

그런데 그를 보고 주인(8절)이 칭찬합니다. 여기서 ‘주인’은 ‘주님’으로 읽어야 합니다. 돈을 낭비하기 때문에 해고하려던 주인이, 아예 대놓고 거금을 횡령한 청지기를, 느닷없이 칭찬했다고 볼 수는 없지요. 그렇게 읽으면, 예수님을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시고,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고 말씀하시는 게 됩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이건 또 무슨 말씀일까요? 수단 방법 가리지 말라, 그런 말일까요?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일까요? 아닙니다. 이 말씀을 잘 이해하려면, 이 말씀을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에 따라서는 이 말이 허를 찌르는 예리한 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씀은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1절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자들에게‘도’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얘기지요. 그들이 누구일까요? 그들은 바로 바리새파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바리새파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이 사람들은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이들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14절)이고, 또한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15절)’입니다.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고 돈을 좋아하는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이 비유는 어떤 얘기일까요?

불의한 사람도 빚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을 이렇게 도왔는데, 의롭다는 너희 바리새파 사람도 고통당하는 사람을 도와야 할 것 아니냐? 나쁜 놈도 이렇게 좋은 일을 했으니, 의로운 너희야 더욱 좋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게다가 너희는 돈을 좋아하니,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니, 마땅히 저들의 숨통을 좀 틔워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가 아닐까요?

바리새파 사람들, 독실한 신앙이지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퍼뜩 깨어서 빚진 사람들의 피 말리는 고통을 보았을까요? 그들의 의로운 재물로, 그 깨끗하다는 돈으로,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풀어 주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습니다.(14절) 돈을 좋아하면서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는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비유는 비웃음거리였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지요. “너희는 하나님과 돈을 함께 좋아할 수 없다(13절).” 바리새파 사람들은 하나님을 좋아한다고 자부하지만, 그들의 정체는 돈만 좋아하는 사람들이군요. 그런데 요즘에도 돈 한 푼 안 받았다면서 돈에 환장한 바리새파 수제자들이 있다지요?



기 도

주님, 우리가 고통당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우리가 스스로 의롭다는 생각에 갇혀 자만하면서, 함부로 다른 사람을 불의하다고 정죄하지 않게 하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