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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3.29(주일) 새가족사역팀 (torkwhr)
2020년 03월 28일 09시 54분 41초 349

우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누가복음17:10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을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우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여라.



토끼가 호랑이와 같이 다니는데, 모든 동물이 저한테 절하니, 얼마나 흐뭇합니까? 사나운 늑대도 공손히 조아립니다. 어느 날 토끼가 혼자 길을 나섰는데,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았지요. 심지어 다람쥐도 본척만척합니다. 이거 한 번 혼구멍을 내야겠지요? 마침 가까이 다가오는 여우에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이 무엄한 놈, 인사를 해야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솝에게 물어보시지요. 토끼는 제가 잘난 줄 알았네요. 사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토끼는 없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람을 가끔, 아니, 조금 자주 보게 됩니다. 자기가 모든 세상사를 다 지휘해야하는 줄 맹신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답답하지만, 대책이 없지요?

“우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누가는 이 말씀을 사도들(5절)에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여기 ‘사도’라는 말은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는 한 번 나옵니다. 제자와 같은 의미로 썼지요.

그런데 누가복음에는 여섯 번 나옵니다. 누가복음에 이어지는 사도행전에는 30번이나 나옵니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두셨지요. 이 제자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 사도들이 됩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이, 예수님의 승천 후에는 예수님의 증인인 ‘사도’가 된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사도는 예수님의 세례부터 승천까지 늘 함께 다니던 사람이어야 했습니다(행 1:2). 사도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십자가와 부활을 증언하는 사람입니다.

사도는 어떤 사람일까요? 번거, 자신을 ‘쓸모없는 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무능력자라는 말은 아니지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입니다. 누가복음보다 삼십여년 앞서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를 보면, 교회에 특출하다는 사도들이 나타난 정황이 보입니다. 혈통, 학벌, 용모, 언변 등 내세울 게 많은 사도들입니다. 능력자들이지요? 이런 사도들 때문에 교회에 분파와 분열이 생겼습니다.

바울은 그 교회에 이상한 사도들 소개합니다. ‘약함’밖에 없는 사도, 모든 스펙을 냄새나는 ‘똥’처럼 버린 사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세상의 쓰레기요 만물의 찌꺼기 같은 사도(고전 4:9,13)입니다. 비참한 인간이요, 팔삭둥이요, 꼴찌 사도입니다. 이 사도가 누굴까요? 바로 바울 자신입니다. 이거 바울이 무슨 지독한 마조히즘(masochism)에 빠진 것일까요? 무슨 이런 자학적인 자기의식이 있을까요? 그게 아닙니다.

바울은 자신의 사도직이 사람 따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임명받은 것이라고 위풍당당하게 말합니다(갈 1:1). 그러나 하나님은 바울이 사도직을 받을만해서 주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핍박했던 쓸모없는 종이지만, 그럼에도 주셨다는 것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도는 자기를 선전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다만 그리스도를 전하는 사람입니다. 사도는 자기 말을 선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정하는 사람입니다. 사도는 자기 계획이 아니라 성령이 이끄시는 대로 가는 사람이지요. 뒤에 사자가 있었던 그 토끼처럼, 사도의 뒤에는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그런데 그리스도 없이, 자기가 잘났다고 나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여우의 간식거리가 되고 말겠지요?

사실 사도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이사야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라고 무릎 꿇었고, 예레미야는 한낱 ‘어린아이’라고 고백하지 않았습니까?



기 도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 주님의 사랑과 은총에 감사 찬미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의지하며 당당하게, 그리고 또한 겸손하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