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사순절 묵상 2020.4.7(화요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4월 07일 09시 23분 49초 2506

닭이 울기 전에


누가복음22:61-62

주님께서 돌아서서 베드로를 똑바로 보셨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그 말씀이 생각났다. 그리하여 그는 바깥으로 나가서 비통하게 울었다.



닭을 굉장히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가 닭의 모이라고 생각하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맛난 닭고기를 먹지도 못하고, 길을 가다가 닭에게 먹힐까 봐 외출도 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다행이 친절한 의사의 상담과 치료를 받으면서, 자기가 닭의 모이가 아니라 당당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닭이 무섭지 않았지요. 그는 환한 얼굴로 병원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병원을 나가다 말고 금방 사색이 되어 헐레벌떡 뛰어와서, 의사에게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선생님, 제가 닭의 모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는데, 닭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세상에 닭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네요. 그런데 우리는 닭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을 것 같은 또 한사람을 압니다. 베드로입니다. 베드로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갈릴리의 어부였습니다. 이름은 본래 시몬이었는데, 예수님이 제자로 삼으시고 베드로라는 새 이름을 주셨습니다. 반석, 바위라는 뜻입니다.

제자에 무슨 수석과 차석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는 예수님의 첫 제자였습니다. 예수님에게 ‘하나님의 그리스도’라고 고백한 사람도 그입니다. 그는 요한과 야고보와 함께 늘 예수님 가까운 곳에 있었지요. 뭐 특징이 하나 있다면, 베드로만 그런 건 아니지만, 잘 졸았습니다. 변화산에 올라갔을 때도 예수님은 기도하시는데 잠을 이기지 못하고 졸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 흘리며 기도하실 때도 잠들었습니다.

어쨌거나 베드로는 반석이라는 이름만큼 듬직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베드로는 바위처럼 든든하다는 이름이라기보다는 ‘바위처럼 든든해라’하는 이름이군요. 예수님이 십자가 고난을 예고하실 때, 베드로는 감옥 아니라 죽는 자리에도 주님과 함께 가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 때 예수님이 그를 똑바로 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할 것이다.”

예수님이 체포되시고, 대제사장 집으로 끌려 가셨습니다. 베드로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라갔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죽겠다던 그 호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밤공기가 꽤 차가웠는지, 뜰 한가운데 불을 피웠는데, 베드로도 사람들 틈에 섞여 곁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한밤 추위에는 모닥불만큼 좋은 게 따로 없지요? 그때 한 하녀가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을 빤히 노려보고, 그도 예수와 함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베드로는, 나는 그를 모른다고 부인했지요. 조금 뒤 다른 사람이 또 그에게 예수와 한패라고 말했고, 베드로는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사람들도 참 끈질기지요. 다시 또 다른 사람이 강경하게, 틀림없이 이 사람도 예수와 같이 있었다고, 말투도 딱 갈릴리 사람이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베드로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치미를 잡아뗐지요. 그때, 베드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닭이 울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라도 내가 예수님의 수제자라고 앞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베드로는 꽁지 내린 닭 모양으로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 닭이 울고 베드로도 닭똥 같은 눈물 흘리며 비통하게 꺼이꺼이 웁니다. 그나저나 베드로는 이제 어떻게 닭의 얼굴을 쳐다볼까요?



기 도

주님, 수난 당하시는 주님을 부인한 베드로를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용기를 내어, 주님의 십자가로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가게 하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