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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4.8(수요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4월 07일 16시 51분 53초 419

소리가 이겼다


누가복음23:23
그러나 그들은 마구 오기면서, 예수를 십자가에게 못 박으라고 큰 소리로 요구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소리가 이겼다.



심리학에 ‘피노키오 효과’라는 것이 있답니다. 피노키오는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 동화에 나오는 나무 인형이지요.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집니다. 피노키오의 코는 아주 길지요. 그런데 실제로 스페인의 한 대학에서 실험해 보니,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답니다.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을 생각하느라 이마 온도는 올라가고, 불안하고 긴장해서 코 주변의 온도는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세하기는 하지만 코가 수축해서 줄어든답니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지요.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말을 하며 삽니다. 입으로 말을 하지 못하면, 손짓 발짓으로, 표정으로 말을 하지요. 그렇게 사람은 서로 소통하면서 사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이 하는 말이 거짓이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 사이에 신뢰가 깨지고 불통이 되어버리겠지요. 사람 관계가 삭막해집니다. 우리 사회는 심각한 가짜 뉴스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더구나 그런 거짓말을 권력 기관에서 악의적으로 만들어내면, 사태는 너무도 혼란스럽게 되고 말지요.

거짓말이 만들어지면, 그럴듯하게 포장되어서, SNS같은 뉴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게 퍼져 나갑니다. 사람이 한 번 가짜 뉴스에 빠지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하기가 참 어렵지요. 어디까지 무엇을 신뢰하고 누구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무엇보다 거짓말은 그럴듯한데다가, 그 소리가 참 큽니다.

엘리야가 아합 왕을 피해 호렙산 동굴에 숨어 있다가,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은 참 인상적입니다. 그때 크고 강한 바람이 불었지요. 산을 쪼개고 바위를 부수는 태풍 같은 바람이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지요. 그러나 거기 크고 강한 바람 속에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지진이 일어났지요. 땅을 가르고 뒤흔드는 지진입니다. 그러나 그 지진에도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불이 일어났는데, 뜨거운 불 속에도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지요?

그런데 그 크고 요란한 것들이 가 지나간 후에 ‘부드럽고 세미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리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하나님의 소리는 크고 요란하고 강하지 않고, 부드럽고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크고 강한 소리 속에 계시지 않았을까요? 왜 진실을 그 소리가 조용한 것일까요? 정신 차리고 귀를 기울이라는 걸까요?

예수님은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으셨지요. 빌라도는 여러 차례 심문하고, 고문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이나 내주고 내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거짓에 사주를 받은 군중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들은 차라리 폭동과 살인으로 갇혀 있는 바라바를 내보내라고 소리쳤지요.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사형에 처할 만한 아무 잘못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그들에게 세 번이나 말했습니다. 그러나 큰 소리는 애초부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예 참과 거짓을 분별할 능력도 없지요. 거센 해일처럼 몰려오는 거짓의 밀물은 도무지 뒤로 물러서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마구 우겨댔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소리’가 이겼습니다.

소리가 이기는 날, 큰 소리가 이기는 날은 참 답답하고 슬픈 날입니다.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고 진실이 묻히는 날,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를 지는 날입니다.



기 도

주님, 우리가 큰소리만 따라가지 않게 하소서. 작고 어린 소리로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우리에게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