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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2020.4.9(목요일) 관리자 (saesaem)
2020년 04월 10일 14시 13분 56초 592

무슨 일을 하는지


누가복음23:34

그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아서,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예수님은 자기 십자가를 스스로 지고 가야했습니다. 밤새 고문을 당하고 혹독한 매질을 당했으니, 어떻게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있을까요? 병정들은 재촉하며 채찍을 휘둘러 댑니다. 길고 넓적한 가죽에다가 날카로운 징과 쇠를 박아서, 몸에 휘감겼다가 잡아챌 때 살점을 후벼 파는 끔찍한 채찍입니다. 웬만한 사람은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맙니다.

숙달된 병정들의 채찍질에 예수님은 쓰러지고 또 쓰러지며 골고다의 길을 가야 합니다. 아 쓰러지신 예수님이 일어나지를 못하시네요. 병정들은 결국 자기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시는 예수님을 대신해서, 길 가던 구레네 사람 시몬을 끌어다가 십자가를 지게하고, 예수님은 뒤를 따라가게 하였습니다.

마침내 골고다, 곧 해골이라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해골이라는 음산한 이름처럼, 그것은 미처 수습하지 못한 유골들이 널브러진 곳입니다. 아침 아홉 시 쯤, 병정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달았던 못은 어떤 걸까요? 당시의 못은 대장간에서 메질로 두드려서 만들었겠지요. 거칠고 험한, 소름끼치는 못입니다. 병정들은 침착하고 능숙하게 예수님의 손과 발에 못을 박았습니다. 예수님을 못 박고, 왼쪽과 오른쪽에 죄수들도 달았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자기들의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을까요? 모른답니다. 자기들이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자신들이 채찍질하는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 자신들이 못 박는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들은 모릅니다. 아니, 왜 모르겠습니까? 모르는 체 하는 것이겠지요. 그들은 굳이 알 필요도 없지요.

그것은 그들의 일이고, 그 일을 해서 봉급을 받고,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녀를 길러야 하니까요. 그들에게 소박한 꿈이 있다면 그저 열심히 일해서 진급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그래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거겠지요. 그래요. 그들은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감쪽같이 아무도 모르게 악은 그들 일상에 그들과 함께 있습니다. 악의 얼굴은 너무나 무표정하고 감쪽같이 평범해서, 그들은 악의 얼굴을 알아볼 수도 알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진리를 들여다볼 수도 없습니다. 보아도 보지 못하지요.

그들만이 아니지요. 불과 얼마 전에 우리에게도 ‘고문 기술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 고문 기술이 최고였다지요. 그래서 특진도 하고, 상도 많이 받았답니다. 자기 아들 딸 같은 학생들에게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안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아니 모르는 척 외면하는 사람들을 보며,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무슨 말씀일까요? 모르니까, 모르고 하는 짓이니까 괜찮다. 그런 말일까요? 아니지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발, 지금 자신이 누구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깨어 똑바로 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들 예수님이 무슨 기도를 드리는지도 도무지 모르네요. 그 와중에도 제비를 뽑아서 예수님의 옷을 나누느라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군요. 그런데 저 사람들의 저 얼굴, 어디서 많이 본 낯익은 얼굴이 아닌가요?



기 도

주님, 저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주님을 십자가에 달았습니다.
우리의 욕심이 우리의 교만한 마음이 주님을 때리는 채찍이 되고 못이 되었습니다. 용서하소서. 주님. 아멘




***위의 사순절 목상은 '누가복음과 함께하는 2020사순절 묵상집 예수의 증인' 『만우와장공』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문제가 있을시 삭제 하도록 하겠습니다.